여러분 9월 말 10월 초면 그동안 열심히 키운 채소들 수확하는 시즌이잖아요? 그러다 보면 텃밭이 휑해지는데 마음도 같이 휑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전 뭐라도 심어요. 일단 심으면 잘 자라더라고요? 오히려 평소보다 더 잘 자라요. 채소들이 자손 번식하려고 열심히 크는 거래요.
이때 심은 채소 중에는 서리 올 때까지 키우는 것도 있고, 겨울내내 텃밭 지키면서 월동하는 것도 있어요. 뭐라도 심어놓으면 늦가을까지 텃밭 가꾸기도 하고 겨울에도 가끔 와서 볼 수 있잖아요?
심는 채소 중에는 시기 좀 늦은 것도 있고 빠른 것도 있는데, 우리가 시장에 팔려고 키우는 게 아니라 가족들이랑 먹으려고 키우는 거니까 괜찮아요. 조금 덜 자라도 내가 직접 키운 채소 맛있게 먹을 수 있잖아요?
자 이제 채소 하나하나 소개해 드릴게요!
알타리무
총각무라고도 하죠. 이 녀석은 언제 심어도 잘 자라요. 근데 가을에 심는 게 제일 맛있어요. 잘 키우면 40일이면 수확할 수 있고, 50일쯤 됐을 때 뽑아서 김치 담그면 끝내줘요. 더 오래 두면 맛없어져요ㅠㅠ 작은 텃밭이라면 1-1.5평방미터만 심어도 충분해요. 수확하기 1주일 전부터는 물 안 줘야 달고 맛있는 알타리무 먹을 수 있어요. 수확할 때쯤 되면 양파처럼 잎이 좀 시들면서 눕는데, 그때 뽑으면 돼요.
쪽파
쪽파는 추위를 좋아해서 보통 8월 중순-9월 초에 심어서 겨울을 나요. 10월 초에 심으면 김장용으론 좀 늦은데, 그래도 잘 키우면 김장 때 쓸 수 있어요. 남는 건 설 때까지 계속 뽑아 먹다가 그냥 두면 겨울을 나요. 쪽파는 아무리 추워도 안 죽어요ㅋㅋ 봄되면 새싹도 나고요. 봄에도 뽑아 먹다가 그냥 두면 5월 중순에 종굴도 수확할 수 있어요. 비닐로 덮어서 심어도 되고 안 덮어도 되는데, 이때 심는 건 비닐로 덮는 게 좋아요.
상추
상추는 쌈으로도 먹고 요리에도 쓰고 사계절 내내 우리 밥상에 꼭 있는 채소죠. 전 상추를 완전 좋아해서 봄부터 늦가을까지 계속 키워요. 추위에도 강해서 남쪽에선 겨울에도 마늘밭에 뿌린 상추가 자라는 걸 볼 수 있어요. 중부지방에서도 겨울 전에 비닐이나 보온 덮개 덮어두면 초겨울까지 키울 수 있어요. 사계절 내내 키울 수 있어서 겨울 빼고는 모종 시장에서 살 수 있어요. 이 가을에 심으면 늦게까지 먹을 수 있을 거예요.
열무
열무는 가을에 맛이 떨어진다는 사람도 있는데, 열무 좋아하는 사람들은 계절 상관없이 좋아해요. 파종하고 40일 정도면 뽑아 먹을 수 있어요. 빽빽하게 심어야 경쟁해서 잘 자라고 부드러워져요. 여러 번 솎아 먹다가 계속 키우면 뿌리가 알타리무처럼 굵어져요. 이걸로 김치 담그면 알타리무보다 더 맛있어요. 우리는 가을에도 많이 심어서 이웃이랑 나눠 먹어요. 가족끼리만 먹을 거면 1.5평방미터만 심어도 충분해요.
얼갈이배추
얼갈이배추는 김장배추한테 밀려서 관심을 덜 받는데, 얼갈이배추만의 쓸 데가 많아요. 촘촘하게 씨 뿌리면 경쟁하면서 잘 자라고 연하고 부드러워져요. 어릴 때는 겉절이 해 먹으면 진짜 맛있어요. 좀 크면 삶아서 무쳐 먹기도 하고 국거리로도 좋아요. 그래서 우리 집은 가을에도 항상 얼갈이배추 심어요. 가을엔 씨 뿌리고 4-5일이면 싹이 나요. 배추과라 추위에 강한 편이에요. 설 때까지 뽑아 먹을 수 있고, 비닐이나 보온 덮개 덮어두면 중부지방에서도 겨울을 나요.
김장 무
김장 무는 파종 시기 지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맞아요 정상적인 시기는 지났어요. 9월 말-10월 초에 심으면 정상보다 한 달 정도 늦어요. 늦게 심은 만큼 굵은 무는 어려워요. 정상보다 반 정도 자라요. 근데 이걸 뽑아서 잎이랑 같이 동치미나 나박김치 담그면 맛있어요. 우리 고향에선 이런 어린 무로 잎이랑 같이 담근 김치를 달비김치라고 불러요. 겨울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덜 자란 무는 잎이 싱싱해서 무청으로도 쓸 수 있고요. 심을 때는 비닐 안 덮고 심어서 자라는 동안 몇 번 솎아서 열무김치처럼 담아 먹을 수도 있어요.
봄동배추
봄동배추는 주로 남부지방에서 많이 키우는데, 중부지방에서도 키울 수 있어요. 전문 농가에서는 봄동용 배추로 심는데, 일반 배추로 봄동 만들면 더 맛있어요. 9월 말-10월 초면 정상보다 한 달 정도 늦어요. 배추 속이 좀 차다가 11월 말쯤 되면 날씨가 추워져서 결구되던 잎이 펴져서 봄동이 돼요. 심을 때는 비닐 안 덮고 심어요. 좀 빽빽하게 올라오면 몇 번 솎아 먹고 마지막엔 30cm 간격으로 두면 봄동배추로 키울 수 있어요. 비닐이나 보온덮개로 덮어주면 겨울에도 맛있는 봄동 먹을 수 있어요.
시금치
시금치는 봄부터 늦가을까지 심을 수 있고 추위에 강해서 노지에서 겨울을 나요. 근데 너무 추운 날씨에 심으면 싹이 잘 안 나요. 심을 때 날씨가 15-20도는 돼야 싹이 나요. 병충해도 별로 없어요. 15cm 간격으로 골 내고 씨 뿌려서 심어요. 겨울 시금치가 제일 맛있어요. 남부지방에선 마늘밭에 뿌린 시금치가 따뜻하게 안 해줘도 잘 자라는데, 중부지방에선 볏짚이나 보온덮개 덮어주면 겨울에도 안 죽고 잘 자라요.
쑥갓
쑥갓도 우리가 많이 먹는 채소 중 하나죠. 무침이나 찌개, 전골에 많이 써요. 봄이랑 가을에 심을 수 있는데, 가을 쑥갓이 훨씬 더 맛있어요. 키우기도 쉽고 추위에도 강해서 9월 말-10월 초에 씨 뿌리면 설 때까지 수확할 수 있어요. 가을엔 김장 채소 심는 9월에 씨 뿌리면 싹도 잘 나고 잘 자라요. 15-20cm 간격으로 골 내고 2-3cm 간격으로 씨 뿌려요. 싹 나오면 5-6cm 정도로 솎아주면 빨리 자라요.
갓
마지막으로 갓이에요. 김장용 채소로 돌산갓이랑 을천갓 두 종류가 있어요. 돌산갓은 김치 주재료로 쓰고, 을천갓은 김장김치 양념용으로 주로 써요. 갓은 배추씨랑 비슷한데 더 작아요. 줄로 씨 뿌려요. 파종하고 50일 정도 됐을 때 김치용이나 양념용으로 딱 좋아요. 너무 일찍 심어서 많이 자라면 줄기가 억세져서 맛없어요. 9월 말-10월 초에 씨 뿌리면 김장 때 가장 부드럽고 맛있는 갓 수확할 수 있어요.
텃밭 가꾸는 게 처음이라 걱정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괜찮아요! 이 채소들 키우기 어렵지 않거든요. 씨앗만 뿌리면 알아서 쑥쑥 자라요. 가끔 물도 주고 잡초도 뽑아주면 돼요.
그리고 여러분, 직접 키운 채소로 요리해 먹으면 얼마나 뿌듯하고 맛있게요? 가족들이랑 같이 텃밭 가꾸면서 즐거운 추억도 만들 수 있어요. 이웃이랑 나눠 먹으면서 정도 나누고요.
자, 이번 가을엔 우리 다 같이 텃밭 농부 되어볼까요? 흙 만지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건강한 채소도 먹고, 일석이조네요ㅋㅋ 여러분의 풍성한 가을 텃밭 기대할게요! 파이팅~!